1.
무슨 일인지 머리가 깨질 듯 두통이 왔다. 생리통때문인지, 쌓인 업무때문인지, 차려입느라 온 몸을 꽉 조인 정장 때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날은 쉴 새 없이 이동이 많은 날이라 이유가 어찌 되었건 나는 달려야만 하는 상황이다. 수업을 마치고 한 손에 당 보충을 위한-하지만 식어버린 핫초코를 들고 지하철을 향해 경보하듯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유난히 벚꽃잎이 흩날리고 있었지만 눈에 들어 올 리가 없었다.
헌데 한참을 걷고 있는 나의 발등에 불 떨어 지듯 꽃잎이 아닌 꽃 한송이가 덜컹 떨어지는게 아닌가. 누가 나를 향해 던지듯. "이제 나를 바라봐 주세요"라고 말하듯 방끗 웃는 꽃 한송이.
사실 매년 봄이면 벚꽃을 찾아 꽃놀이를 하던 나였지만 올 해 만큼은 그렇지 못했다. 바빠서 그런건 아니었다. 작년 이맘때 읽은 누군가의 한 구절 때문이었다. 자세히는 기억 안 나지만, "자연도 어찌 알고 슬퍼 꽃망울조차 피우지 못한다" 는 내용이었다....
그렇다 작년 이맘때, 유난히 꽃이 피어오르는 게 늦었다. 이상타 했다. 꽃을 기다리던 나는 그렇게 기다렸다. 그리고 세월호 사고가 났다.
내 일생에 가장 충격적인 장면을 고르자면 첫번째는 고3때 교실에서 다같이 티비로 보았던 9.11테러 장면, 그리고 두번째는 거꾸로 꽂혀버린 세월호였다. 왜 그리 선명하게 남았는지. 그렇게 꽃을 기다리던 마음은 죄책감으로 남아 나도 모르게 꽃을 보는 것 조차 보고 즐거워하는 것 조차 죄스러웠나보다.
여튼 사람은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했거늘 누군가가 나를 향해 던진 꽃으로 한순간에 엉킨 무의식이 풀리는 듯 했다. 그러나 두통이 가시지는 않았다.
2.
다음날 비가 왔다. 두통은 계속 되었다. 운전을 하던 나는 하늘이 엉엉 울어버리는 통에 나도 울어버릴 지경이었다. 먼 산에 연두빛 어린 잎들이 눈물을 먹고 꾸물꾸물 피어나는 것을 나는 보았다. 미래의 생명을 잉태할 자궁은 위기를 알았는지 본능적으로 조여오고 있었고,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두통은 계속 되었다. 그러고보니 세월호 희생자들의 기일이었다.
3.
그리고 오늘이-다. 두통은 말끔히 사라졌다. 이틀간의 은유와 환유가 가득한 온 몸으로 겪은 이 경험이 무엇이었는지 돌이켜본다. 명명하건대 '세월호 증후군'이라 할 수 있겠다. 누군가는 싸워서 이겨내고, 누군가는 인내하고, 누군가는 감기 앓듯 앓고마는 '대한민국 병'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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