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여기가 천국입니까 지옥입니까 _miami, USA 여행_J o u r n e y



"신이시여, 여기가 천국입니까 지옥입니까?"

후각을 자극하는 기묘하고도 토속적인 냄새가 온 몸을 휘감았다. 뜨끈하지만 뭔가 기분 나쁘지 않은 불덩이가 내 배 위에서 타오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들었을 때에는 온 세상이 구름 속에 있는 듯 몽실몽실 했다.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눈을 비비려 왼손을 들었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 내 팔과 다리가 보이지 않는 세속의 끈으로 꽁꽁 묶인 기분이었다. 다만 몸 전체가 두둥실 떠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언젠가 암스테르담에서 맛보았던 쌉싸롬한 쿠키 맛이었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여기는 천국인가?

알 수 없는 연기에 눈이 따가워 눈물이 났다. 눈물은 어떤 이유인지 메말라버린 내 눈알과 심장을 충분히 적시지 못했다. 샘을 자극해 눈물을 내려 눈을 수 차례 껌벅였다. 그래 이건 슬퍼서 흘린 눈물이 아니야. 난 지금 미움도 슬픔도 기쁨도 느껴지지 않는 평정을 찾은 느낌이라구. 앗.. 다만 아픔은 느껴진다.
그럼 여긴 지옥인가?

"여보세요.. 여기요!!"

  다시 정신을 차려 기억을 떠올리려 애쓴다. 이곳은 어디인가? 구름과 같은 연기는 사라지지 않고 어디선가 퐁퐁 솟아났다. 연기 때문에 눈을 뜨고 있기 힘들어 다시 눈을 감는다. 이 연기는 뭐지? 오늘은 며칠이지? 여긴 어디지? 분명 난 여행을 왔는데, 으.... 다시금 머리가 깨질듯한 통증에 손을 들어 이마를 짚었다. 그런데 뭔가 날카로운 것이 손에 잡힌다. 침이었다. 눈이 번쩍 뜨였다. 여전히 몸은 움직일 수 없었지만 간신히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 보았다.

하얀 방, 그 안에 해골 모양의 모형, 사람이 피부만 벗겨져 혈관과 근육만 대롱대롱 달린 마네킹. 뼈의 이름이 쓰여진 알 수 없는 그림. 뜨끈한 느낌이 들어 내 배를 살펴보니..... 배 위에 연기가 폴폴 나는 정체 모를 물체가 줄지어 놓여 있었다. 뜸이었다. 손에는 내 손가락보다 길이가 길고도 날카로운 침이 거북선마냥 다닥다닥 꽃혀 있다. 머리카락 사이로도 침들이 나를 향해 꽃혀있다. 그렇다 여긴 한의원이다. 그것도 미국 마이애미 시내 한복판에 있는!!!



지난 1년간 한국에 있었을 때보다 떠나 있을 때가 더 많았다. 오스트리아-한국-미국-다시 오스트리아-네덜란드- 한국- 미국.. 약 두어달 간격으로. 물론 하루 자고 하루 옮기는 빡센 일정은 아니었지만, 나름 3개 대륙, 3서양을 옮겨 다닌 터라 왠만치 여행 때 아프지 않던 몸이 그만 탈이 난 것이다. 그 탈의 시작은 바로 마이애미주였다.


마이애미는 정말 나에게 최악의 컨디션이었다. 음식은 더럽고, 서비스도 엉망이었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주문한 핏자와 스파게티는 냉동식품이었고, 위생상태 엉망, 왠만하면 스페니쉬라 영어도 통하지 않는 희안한 동네. 중부에서 살다 온 우리는 마이애미의 말도 안되는 교통신호체계와 고속도로 씨스템에 예민해질대로 예민해져 있었고, 최고의 휴양지라던 key west의 프로포즈는 이미 날이 샜다. 각종 범죄로 밖에서 총소리 나는 건 예사, 괜히 미드 CIA를 마이애미에서 찍은 게 아니다 싶다. 날씨는 비오다 습하다를 반복, 가고자 했던 네쇼날 파크는 다 둘러보지 못하고 돌아오기 일쑤. 어떻게든 관광객의 주머니를 털려는 이 마이애미 씨스템, 게다가 로맨스를 꿈꾸던 바다는 해초더미였고 해변에는 우리 둘 뿐이었다. 본전은 뽑으려 무리하게 수영장을 즐겼으니 면역력 약화는 이유 없이 오는 게 아니었다.



"아니, 뭐가, 어떻게, 왜, 여기가 최고의 휴양지지?"

여행도 궁합이 있는 모양이다. 우리에겐 영 맞지 않았다. 한번 꼬이기 시작하니 좋은 것도 좋게 보이지 않았다. 아파서 누워 있을 수도 없었다. 잠도 못 잤다. 아... 한국 가고 싶다. 내가 여기 왜왔지. 어정쩡하게 무릎을 꿇고 배를 움켜쥔 채 침대에 기대어 honey만 불러댔다.
 
"자기... 나 좀 살려줘..." 

아뿔싸.... 왠 마이애미의 한의원이냐고?
그도 그럴 것이 일단 주말이었다. 모든 병원은 문을 닫는다. 연 약국을 찾기도 힘들다. 게다가 응급실을 가는 것은 엄두도 못낼 일이었다. 주말에 응급실을 간다는 것은 집안의 기둥뿌리를 뽑는 것과 같다. 증상을 설명하기도 힘들다. 다치거나 찢어지거나 하면 의사가 알어서 치료해 줄 일이지만, 이건 뭐..... 유학생이던 Honey도 아픈 적이 없던 독한 몸이라 처음 맞닥뜨린 상황에 혼란이 왔다. 그는 인터넷을 뒤져 병명을 찾은 뒤 월 마트로 향했다. 미국은 그래도 월마트에 상비약 정도는 파니까. 약을 사서 먹었지만 이미 증상이 오래 된 터라 잘 낫지 않는다. 그 좋다는 라즈베리 주스도 한 통 마셨다. 이미 모든 일정은 취소되었다. 그리고는 다시 인터넷을 뒤지고 또 뒤져 겨우 일요일에 문을 연, 한국인이 하는 한의원을 찾은 것이다. 
 
외국에서 한의원을 오다니. 참 황망할 따름이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어기적 어기적 한의원 병실 침대에 올라 배를 깠다. 아줌마한의사는 영어발음이 심하게 섞인 한국말로 민망하게도 연신 내 몸매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애써 웃음으로 마무리하고, 빨리 치료를 부탁하는 눈짓을 보냈다. 이런 성추행을 당해도 내가 붙잡을 데라곤 이 곳, 이 한의사 아줌마밖에 없으니까. 근데 돌팔이는 아니겠지?

배위에 뜸을 뜨고 침을 놓자 그간의 피로가 몰려오며 잠이 들었다. 실로 오랜만에 든 꿀잠이었다.
그리고 나는 천국을 보았다.

뜸과 침이 효염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Honey는 한의사에게 우기고 우겨 한약재까지 받아왔다. 커피포트에 한약재를 정성껏 다려 마시게 했다. 아쉽게도 미리 끊어둔 레고랜드 티켓은 취소했다. 평소에 욱하는 성격인 그가 이렇게 위기상황 속에서는 차분하게 대처를 하다니 새삼 믿음이 간다. 그대와 함께 있으니 여기가 천국이려나? 그러나.. 비행기나 탈 수 있을 지..... 집에 가고 싶다..








 @2012 miami, USA


덧글

  • 고지식한 눈토끼 2013/07/22 19:43 # 답글

    미^팅^화^상^채^팅 사^이트에서 기다리시기 지겨우시죠^
    솔직히 남자들은 그거 하는게 목적 아닌가요
    성^매매특별^법^대체 남^자들은 어째야 되나
    걱^정했었는데^이제 걱^정없이 풀^수가
    있습니다.
    입장하시면 연락되구요.
    http://cafe914.com/
  • 대공 2013/07/22 20:49 # 답글

    ㄴ여성분께 남자라 말하는 신박함

    식중독 나면 눈물나죠. 전 아무생각없이 냉장보할 치즈를 상온의 가방에 넣고 들고다니다 술안주로 먹는 바람에.............베르사유를 못가고 호텔 바닥에 파전을 만들었습니다 ㄱㅡ
  • sj 2013/07/22 23:04 #

    ㅋㅋㅋ 위에 댓글 지우려고 했는데 대공님때문에 못지우겠는데요? ㅎㅎ 빵 터졌습니다.
    똑같이 하고도 다른 사람은 멀쩡해도 컨디션이 안좋으면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아요.
    여행은 역시 건강이 최고!!!!!!!

  • 대공 2013/07/22 23:21 #

    ㅋㅋㅋ 감사합니다. 살면서 개념이 늘어야 되는데 드립력만 늡니다;;;
  • sj 2013/07/23 00:04 #

    느는게 있다는 건 좋죠 ㅋㅋ 덕분에 조용한 제 이글루가 훈훈!! 굳밤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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