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트라팔가 광장에서_ London, UK 여행_J o u r n e y


"어...? 어...!! 윤도현이다!!!"
"으악 꺄악 사랑해요!!"
"아 네.. 안녕하세요... 어어엇..!!"

한국 사람 만나도 반가울 판에 한국 연예인을 이 먼 땅 영국에서 만나다니.. 포토벨로 마켓에 가는 지하철 입구에서 딱 마주쳤다. 어휴 나는 아무리 연예인이라도 부끄러워서 말 못거는데.. 그도 그럴것이 당신이나 나나 무대에 서는 딴따라인데 내가 그렇게 숙이고 갈 필요 없지않아? 하는 알량한 자존심도 한 몫 한다. 같이 있던 이 친구는 참 대단도 하다. 그 짧은 찰나에 사랑고백까지 하다니.

 밀려오는 사람이 너무 많은지라 계단에서 스치듯 인사했지만, 도현오빠(읭?)는 진짜 머리도 조막만하고 멀리서 봐도 연예인 아우라를 가진 오빠였다. 또 정신없는 가운데 팬의 인사도 놓치지 않고 답해주는 예의바른 청년이였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밀려드는 사람들을 어찌하지 못하고 우린 안으로 안으로, 그는 밖으로 밖으로 밀려 났다. 
 
사실 그를 만날 걸 예상하고 있었다. 우린 같은 공연에 초대되어 이곳 영국 땅에 왔기 때문이다. 판소리뮤지컬로 말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자들이 각 장르별로 초대하여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서 열리는 단오축제. 와 보니 뭐 숙소도 다르고 리허설 시간도 다르고. 하지만 이렇게 런던 길거리에서 만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처음 연예인 보는 양 신기하고 좋고.

"공연 때 만나면 꼭 인사하자."
"우리 포토벨로에서 만났었다고 히히."

우린 다시 윤밴을 만날 것을 기대하며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드디어, 공연날이 되었다.

축제 준비는 새벽부터 시작되었다. 인지도가 워낙 낮은 우리 국악뮤지컬팀은 리허설 시간도 제일 불편한 시간에 잡혔다. 꼭두새벽부터 퉁퉁 부은 얼굴로. 대기실도 없어서 숙소에서부터 분장을 하고 30분 동안 2층버스를 타고 왔다. 우리 스태프 안데려왔으면 얼마나 복잡하고 또 얼마나 무시했을까, 싶을 정도로 우리를 위한 배려는 적었다. 그래도 한국을 대표하는 팀으로 우리가 온 건데. 외국에서 "너희나라 음악은 무어냐."라고 했을 때 자신있게 내밀 수 있는 우리 국악-판소리인데 말이다.  

공연이 시작되었다. 역시나 공연도 사람이 가장 적은 시간에 배치 되었다. 그 넓은 광장에서 공연하는 동안 우리를 보고 있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셀수 있을 정도로 관객 수도 적었다. 심지어 한국인은 거의 없다. 보던 사람들도 떠난다. "윤도현 언제와?"이러면서. 그래도 우리는 한 사람 한 사람 눈을 마주치며 열심히 노래했고, 한 음 한 음 공들여 연주했다. 자리를 뜨지 않고 끝까지 지켜봐준 외국인 관객이 너무나 고마울 따름이었다.

어찌저찌하여 공연을 마치고 보니 아직도 한낮이다. 악기를 숙소에 두고 어슬렁어슬렁 주위를 맴돌다, 아 맞다 윤밴 보러 가야지!! 하며 다시 트라팔가 광장으로 돌아왔다. 우리 일행들 몇몇이 있었다.

아침과는 달리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오후이니까 그렇겠거니 생각하기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국인이었다. 유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들부터 여행객, 이민와서 사는 가족들. 이들을 위해서 이런 축제를 하는 거겠지? 이 많은 사람들이 이곳 런던에 있다는 사실에 흠칫 놀랐지만 이내 인정하고야 만다. 그렇지. 이제 윤도현이 나오지...



우리가 조금 전 섰던 무대에서 윤도현이 노래하고 있었다.

좋아한다. 사람들이. 한국사람들이.

환호성에 괜히 마음이 이상했다. 씁쓸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삼엄한 경비와 인파때문에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었다. 과연 그는 최고였다. 황금 시간대의 공연, 뜨거운 무대 장악력, (비록 모두 한국인이지만)가득찬 광장 인파, 뜨거운 호응. Rock & Rall....아... 좋긴 좋은데 왜 이렇게 가슴 한쪽이 휑하지..왜? 너도 윤밴 온다고 좋아했잖아. 만나고 싶어했잖아?


우리 일행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쓸쓸했다.

"그래.. 스타라서 그런가?"
"국악이 인기가 없어서 그런가."
"우리 인지도가 없어서 그럴까."
"우리가 재미없어서?"
"에이 그건 아님, 우리도 나름 공연계 완판 뮤지컬인데."
"무대가 야외라 가사전달이 잘 안되서 그런걸꺼야."
"그럼 그 열심히 박수 친 외국인들은 뭐야.."
"오히려 한인들에게 외면받았어.."
"..."

늘 Rock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기를 바란다고 그는 말한다. 윤도현밴드는 늘 Rock이 소외된 장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가 부럽다. 우리도 국악이 사랑받기를 원한다. 뭐 롹이 우리껀가? 외국 나가면 더 잘하는 롹밴드가 많은데. 케이팝이니 아이돌이니 다 미국음악이지 진짜 한국껀가. 한류? 그것도 한 때일 뿐. 정말 확실한 한국적 아이덴티티를 가진 음악은 국악 뿐인데. 여행가면 애국자가 되고 아리랑 부르는 이 한국 사람들이.. 뭔가 막 심술이 난다. 그저.. 태생적 마이너 음악을 선택한 우리 탓이지. 윤밴에 대한 질투일 따름이다.

"분발해야 돼."
"????"
"우리가 더 노력하고 더 분발해서 이 많은 사람들 다 우리 음악 즐기게 해야 돼."
"우리꺼라고 강요해선 안돼."
"우리도 팬을 만들자."

그렇다. 상대적 박탈감에 관한 자기반성, 더불어 자아비판 밖에 남는 게 없다. 이 험한 환경에서 동시대의 음악으로 살아 남으려면 듣는 사람이 있고, 즐겨 찾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지만 어느 세월에. 어깨만 무거워 질 뿐.

그저 현실을 껴안은 섭섭함은 다들 지울 수 없다. 

@2008 London, UK








 

이 클릭 수 역시 윤도현느님의 힘인가? 허허




 

 


덧글

  • dd 2013/10/22 16:27 # 삭제 답글

    성시경이 군악대 시절 국제 군악대회?에 다녀온 얘기 들어보니 제일 환영받은게 한국군악대엿대요 국악 섞은
  • sj 2013/10/22 17:12 #

    군악대회=따뚜tattoo말씀이시군요!! 맞아요. 외국 사람들이 봤을때 노란 두루마기를 입은 취타대(국악군악대)는 독특하니까요. 에효 서운한건 이렇게 최고의 퀄리티를 가진 우리 음악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외면받는것..:_(
  • dd 2013/10/22 16:29 # 삭제 답글

    런던에서 만날 수 잇는 유명인이 윤밴이엇ㅈ다니 아쉬울 따름 입니다 기네스 팰트로 아님 윌리엄왕자도 우연히 만날수도 ㅅ잇엇는데 말이져
  • sj 2013/10/22 17:14 #

    ㅎㅎ그건 진짜루 아쉽 ㅎㅎㅎ
  • 성미 2013/10/22 18:05 # 답글

    밸리에서 들어왔습니다 안녕하세요~ 트라팔가랑 윤도현하니까 저도 뭔가 떠오르는 비슷한 기억이 있어 글을 읽어내려갔는데 정말 2008년도의 일이네요! 저도 그때 저기에 있었거든요~!
  • sj 2013/10/22 23:12 #

    엄훠나 세상에 정말요? ㅎㅎㅎ대~~박!!
  • 성미 2013/10/22 18:07 # 답글

    http://arima.egloos.com/4411529 그날 남긴 글인데 밑에 보면 짧게 단오이벤트에 대해 써놨던 글도 있어요 헤헤~ 그 뮤지컬을 직접 공연하셨던 분인가보네요 신기~
  • sj 2013/10/22 23:16 #

    네 가서 봤는데 너무 신기하고도 고맙고... ㅎㅎ 같은 장소에 있었다니 정말 놀랍네요. 글도 너무 감사해요!! 성미님 홈피에 가서 덧글을 남기려 했는데 남기는 기능(?)이 없어서 여기에 써요. 네 맞습니다. 타루 공연 맞아요!! ㅎㅎ
  • 2013/10/24 07:4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10/25 01:1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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