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로맨틱한 해변 디너를 꿈꾸나요?_칸쿤, 맥시코 여행_J o u r n e y




저 멀리 끝없는 대서양이 펼쳐지고 있다. 아.. 우리가 꿈꾸던 낭만적인 허니문이 바로 이것이었던가. 아마 배를 타고 조금만 더 거슬러 올라간다면 자유를 갈망하는 나라, 모히또의 쿠바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파도는 넘실대며 태양에 달군 모래사장을 적시고, 내 발 끝을 간지럽힌다. 우리만을 위한 디너 테이블에는 영국산 촛대에 촛불이 당신의 눈빛처럼 이미 흔들리고 있다. 웨이터가 자리를 안내하고 우리는 자리에 앉자마자 거추장 스러운 구두와 하이힐을 벗어버린다. 모래가 발가락 사이로 스며들며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 이브닝 드레스로 한껏 차려 입은 나의 어깨 위로 하늘하늘한 쉬폰 옷자락이 기분좋게 간지럽힌다. 에피타이저로 맥시코산 새우에 싸우어쏘쓰가 상큼하게 뿌려진 셀러드로 간단하게 즐기고, 메인 디쉬로는 즉석에서 구워 주는 송아지 안심스테이크와 조개관자, 연어 스테이크가 준비되어 있다. 음~ 벌써부터 냄새가 나를 사로잡는다. 그가 심혈을 기울여 고른 와인을 내 앞의 와인잔에 따른다.

"아! 이것이야말로 내가 꿈꾸던 허니문!"

앗! 그런데 그만 가득 차 있던 와인 잔의 와인이 방울방울 비누방울처럼 피어난다. 깜짝 놀란 나는 와인잔을 놓쳐버렸는데 붉은 와인이 그만 나의 하얀 드레스를 적시운다.

"이게 무슨 일이지!!!아악!!!!!!"

"왜 그래! 괜찮아?"

꿈이었다. 별 이상한 꿈이다.
하지만 난, 진짜로 칸쿤에 와 있었다. 그것도 허니문으로. 내가 꿈꾸는, 그리고 꿈 속에서까지 나오는 그 허니문이다. 칸쿤에 있는 호텔 중 우리가 묵은 호텔 역시 커플들만 예약을 받는 호텔이었다. 그러니까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소리 지르는 이웃 아이들의 방해가 없는 지극히 둘만의 장소란 말이다. 
칸쿤에 도착한 날 그는 내가 꿈꾸던 해변 디너를 예약해 두었다. 그래, 그리고 좀 더 구체적으로 고백하자면 바로 위와 같은 해변 디너를 꿈꾸었다. 그리고 그 꿈을 오늘 이루는 날이기도 했다.

이브닝드레스는 아니지만 한껏 멋을 내고, 그는 블루 보타이를 하고는 웨이터의 안내를 받으며 테이블에 앉았다. 영국산 촛대는 아니지만 앙증맞은 유리항아리에 촛불이 하나 켜져 있었고, 몇 걸음 앞에서 파도가 치고 있었다. 해는 뉘엇뉘엇 바다를 붉게 물들고 있었다.

"아! 너무 좋다.!"

나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 그 역시 만족의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해가 지고 점점 주위가 어두워 지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 바다도, 수평선도, 내 앞에 앉은 그의 얼굴도. 다만 파도소리가 점점 거세게 들릴 뿐.

"쏴아아아. 철썩!"

소리가 너무 커서 귀가 멀 지경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파도소리는 귀가 터질 듯 내 귀 옆에서 치는데 그야말로 공포였다. 내가 만약 장님이었다면 보이지 않는다는 공포가 바로 이런 것일까? 낮에는 그렇게 듣기 좋던 파도 소리가 왜 이렇게 무섭게 느껴지는지......  내 앞에 그의 목소리조차 잘 들리지 않는다. 촛불에 의지해 그의 얼굴이 어렴풋하게 보았다. 그가 걱정스레 말한다.

"괜찮아?"
"뭐라고?"
"괜찮냐구!"
"잘 안들려!"
"괜.찮.냐.구!"

결국 우리는 사랑의 속삭임은 커녕 간단한 대화조차 포기 한 채 헛웃음만 웃었다.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맥시칸 전통의상을 입은 남여 중창밴드가 기타를 치며 맥시칸 노래를 불러주는데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마치 영화 속 장면에서 음 소거를 해 둔 채 만 데시벨정도 될 듯한 파도 소리를 입힌 것처럼. 촛불에 의지하야 식사를 시작했다. 스테이크를 자르는데 영 보이지 않아 내가 스테이크를 자르고 있는지 두부를 자르고 있는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자른 고기조각을 입에 넣는데 고기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파도소리가 너무 커서 뭔 맛인지도 잘 몰라. 눈이 보이지 않으니 냄새도 안나는 것 같아. 내가 씹는 것이 고기인지, 모래인지. 어디선가 벌레는 윙윙. 짠내 나는 바다향이 바람을 타고 온 몸을 휘감는데 끈적거려 죽는 줄...... 내 머리가 떡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렇게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건지. 나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서 사진을 부탁했으나 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우리 맞아? 분명 상황은 내가 꿈꾸던 상황 그대로인데!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실없는 웃음만 나올 뿐.
  
그러니까. 로맨틱 코메디에서 로맨틱은 쏙 빠진 느낌.

아...... 나의 표현력은 여기까지.
아무리 설명하려고 해도 더 리얼하게 할 수 없음에 안타깝다.


그래도, 아침마다 준 (태어나서 그렇게 맛있는 건 처음)달콤한 초코케익과 센스있는 메이드의 침대커버 접기 신공은 잊을 수 없는 호텔임


@2012 Cancun, MAX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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